- 작성자 잔투가르XE7 2017-11-23 15:03:502017-11-23 15:03:50
집에 가자마자 1080 포장 뜯어서 대충 보는둥 마는둥 하고
처자랑 약속한 7시반에 맞춰 처자집 근처로 갔습니다.
만나기로 한 숯불구이집에 도착하여 들어가 보니,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 있더군요.
배고프네요. 뭐 먹을까요? 먹고 싶은거 있으면 말해봐요.
저...음.... 그냥 아무거나 먹을께요 헤헤...
저는 두번 물어보지 않고 생고기 1인분과 갈빗살 2인분을 주문했습니다.
소주? 맥주?
음.... 저는 맥주 좋아해요.
오케이.. 아줌마~!!! 여기 소주 맥주 한병씩 주세요~!!
호호호... 시원시원 하시네요~
아.. 네. 제가 우물쭈물 대는거 싫어해서요. ㅎㅎ
그렇게 빨갛게 익어가는 숯불처럼 분위기도 익어가고
나 소주 한잔에 그녀에게는 맥주 3잔을.... 먹였습니다.
00씨 술 잘하는거 같네요? 저는 소주 2잔이 주량이에요. ㅎㅎㅎㅎ
어머~ 그러세요. 저 술 잘 못마시는 남자 좋아하는데.... ㅎㅎㅎㅎ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9시가 되어갈 무렵, 나는 소주 3잔을 그녀는 맥주 3병을 마시고
고깃집을 나섰습니다.
막 나서자 마자 그녀가 말합니다.
제가 2차 술 사기로 했으니까 약속 지킬께요.
네. 그래요. 전 술 잘 못마셔도 00씨 이야기는 잘 들어줄 수 있어요. ㅎㅎ
ㅎㅎ 네. 저도 편한분과 같이 술마실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그렇게 근처 잘 안다는 선술집으로 들어가 그녀의 손에 이끌려 조그마한 룸으로 들어 갑니다.
벽에 붙은 작은 스피커에서는 이승철의 듣고 있나요가 은은하게 흘러 나오고...
잠시 적막이 흐른 뒤 그녀가 말을 건냅니다.
저 오늘 취하고 싶어요.....
왜요? 무슨일인데요? 고민 많아요?
.................................
대답이 없습니다.
알듯 말듯... 내 예상이 맞겠지만... 대답이 없습니다.
술 마시고 싶으면 마셔요. 내가 이야기 다 들어줄테니까....
네. 그래요.
그녀가 벨을 누르자 젊고 밝은 목소리의 처자 종업원이 주문을 받으러 왔습니다.
주문 하시겠어요?
네. 500CC맥주 한잔이랑 소주 하나 주시구요... 안주는 음.....
고민 하는듯 하는 모습에 제가 안주를 추천했습니다.
술 많이 드실려면 따뜻한 국물 있는걸로 드세요. 해물오뎅탕 주세요.
주문을 마치고 종업원이 나가자 그녀가 말을 건냅니다.
좀 세심하신거 같아요.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써 주시고요.
아.. 그런가요? 제가 성격이 원래 좀 그래요.
어머. 그럼 다른 여자한테도 그렇게 세심하게 하세요?
아... 뭐.. 그렇다고 봐야죠. 성격인데... ㅎㅎㅎㅎㅎ
아.. 실망이에요. 다른 여자들에게는 그렇게 세심하게 하지 마세요. ㅎㅎㅎㅎㅎ
농담 반 진담 반 오가는 대화 속에 이마 나의 머릿속은 나만의 상상으로 ㅁㄴㅇ리ㅏ;몽리;먼이렴;리ㅏㅓㅁㄴㅇ;히롸마닐ㅇ 이었다.
시간은 10시.
설마 침대위에 던져 놓고 온 소중한 1080을 울 강아지가 물어 뜯고 있지는 않겠지..라는 불안감이 갑자기 휩싸여 옵니다.
아냐.. 울 멍멍이는 그럴 멍멍이가 절대 아니지. 지금까지 단 한번도 그런적이 없으니까...
불안감이 사라질 무렵, 그녀는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3잔째 500CC 맥주를 주문합니다.
00씨 많이 취한거 같아요.
아니에요... 휴..... 이제 제 이야기 할께요.
네. 이야기하세요.
저기... 편하게 말 놓으시면 안되요? 저랑 나이차이 많이 나시잖아요.
아.. 그렇긴한데.. 딱 3번 봤는데 말 놓기가 좀.. 뭐 원한다면 그렇게 할께.
네. 그래야 저도 편해요.
하긴... 나이차이가 14살이나 나는데 말 놔도 되겠네. ㅎㅎㅎㅎㅎ
그렇게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말을 놓았습니다.
이제 고민거리 털어놔봐.. 내가 들어줄께.
네.. 근데 화내실거 같아서 좀 그래요.
뭐가? 왜 화를 내? 나랑 관련 있는 이야기야?
흠....
긴 한숨.
그리고 잠시 후 그녀가 말을 꺼냅니다.
아.. 진짜 말하기 힘들어요.
아니 말을 하기로 했으면 말을 해야지 왜?? ㅎㅎㅎㅎㅎ
그럼.. 진짜로.. 진짜로 말 할께요.
설마.. 컴퓨터를 30만원에 1080 끼워서 맞춰 달라는건 아니겠지,, 아니면 집에 있는 컴퓨터 포맷하고 새로 설치해 달라는 걸까.... 라는 불안감에 휩싸이며
그녀가 어떤 이야기를 꺼낼지 귓속의 고막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자세를 바로 잡았습니다.
눈치 채셨을거 같은데... 아닌가??? ㅎㅎㅎ
어떤 눈치 말하는거니? 설마 너 나 좋아해?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녀가 호탕하게 한참을 웃는다.
시벌.. 아닌가... 그러는 나만 좆되는 건데...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며 등골에서 땀이 주루룩 흐릅니다.
갑자기 저도 일부러 호탕하게 웃었습니다. 그러면서...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농담이야 농담. 니가 진지한 이야기 한다고 해서 농담 한거야...
라고 말을 하면서 속으로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가 저를 빤히 쳐다 봅니다.
맞아요. 저 오빠 좋아해요. 아.. 근데 오빠라고 해도 돼요?
솔까말 예상도 못한 말을 합니다.
저는 말없이 소주 한잔을 입에 털어 넣고 멍한 머릿속을 정리해 봅니다.
이유가 뭐냐? 왜 나를 좋아하는데?
사실 동호회 가입하기 전에 운동하는 모습 여러번 봤어요. 그러다가 용기내서 가입한거에요.
그게 다야? 나에 대해서 아는거 있어?
동호회에 친구가 있어서 물어 봤어요. 좋으신 분이고... 많이 젋어 보이시고...
또? 뭘 아는데?
돌싱이라고 들었어요. 근데 그냥 끌렸어요. 죄송해요.
하...시벌.
좀 비참했습니다. 그냥 신세 한탄이 저절로 나오더군요.
그래. 말 나왔으니 좀 할께. 난 나이도 많아. 너보다 무려 14살이나 많아. 솔직히 연애할 힘도 없어.
그리고 지금은 운동만 열심히 하고 싶어. 니가 날 어떻게 좋아하게 되었는지 내가 알수는 없지만
아마 운동하는 모습이 좋아서 잠깐 착각하는 걸꺼야. 아마 내일이면 나한테 고백한걸 후회하게 되겠지.
너를 무시하는게 아니라 결국 잠시 연애하는거 말곤 너랑 나랑 연결될 고리가 없는데
너한테 상처주고 싶지 않아. 오늘 들은 이야기는 내가 좋은 기억으로 담아 놓을께.
긴 한숨. 그리고 어색한 침묵.
저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 났습니다.
나가자. 술 그만 먹고 이제 가자.
오빠 잠깐만요. 아니.. 죄송해요. 잠깐만요.
일어서는 저를 그녀가 잡았습니다.
잠깐만 있다 가세요. 저도 용기내서 말한거에요.
그녀를 밀어내지 못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녀는 내 옆에 앉아 혼자 흐느낍니다.
저도 생각 많이하고 말한거에요. 근데 죄송해요. 제가 왜 이런지 모르겠어요.
니 마음을 이해 못하겠다. 진짜 나를 좋아한다면 여기까지만 하자. 그게 서로를 위해서 좋은거야.
난 앞으로 여자를 만날 생각도 없고, 또 다른 인연으로 내가 불편해 지는거 결코 원치 않아.
난 애들 돌보며 이렇게 사는게 너무 편하다.
갑자기 그녀가 뜬금없는 질문을 합니다.
그럼 그동안 여자 많이 만나보신거에요?
나는 아무말 없이 멍하니 벽을 바라 봅니다..... 왜냐.. 할말이 없어서... ㅜㅜ
격했던 감정이 수그러들때쯤 그녀가 술값을 계산하고 옵니다.
바깥 바람은 찬듯 시원한듯... 잠시 뜨거웠던 가슴을 식혀 줍니다.
우리 노래방가요. 술 마셔서 그런지 노래 부르고 싶어요.
저는 그녀의 손이 잡혀 취한 몸을 힘들게 이끌며 노래방에 들어 갔습니다.
여기까지 오면 위험한데............ 정신 바짝 차리자....
노래 한곡씩 부르고 또 다시 찾아온 침묵.
갑자기... 진짜 갑자기 그녀가 안깁니다.
왜? 왜? 왜 이러는데??
제 말엔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안겨 있습니다.
그냥 조금만.. 조금만 이렇게 있어줘요. 딱 1분만요.
그렇게 그녀는 저에게 안겨서 흐느낍니다.
싸구려 로멘스처럼, 아니 로멘스는 싸구려가 없지.
그녀가 안겨 있는채 저는 음악을 선곡하고 노래를 부릅니다.
이차선 다리 위에
마지막 이별을
스치는 바람에도
마음이 아파와
왜 잡지도 못하고 서서
눈물만 흘리고 있어
거닐던 발걸음을 멈추고 멍하니
흐르는 저 강물을 보아도
아무말 없이 흘러만 가고
나만 홀로 서있네
건널 수 없을거라
생각만 하고 있어
무거운 발걸음
저 다릴 건너서서
몇 번을 돌아보고
그대를 바라보며
잡지도 못하는 바보 같은 나
이차선 다리 위 끝에
서로를 불러 보지만
너무 멀리 떨어져서 안들리네
차라리 무너져 버려
다시는 건널 수 없게
가슴 아파 이뤄질 수 없는
우리의 사랑
음악에 담은 메시지를 그녀에게 전달하고 노래방을 나왔습니다.
그녀집앞에서 잘가라는 말을하고... 울먹이는 그녀를 들여 보냈습니다.
휴......
가슴이 좀 착찹하졌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기분좋은 일이지만, 또 어떻게 생각해보면 내 인생의 마지막 연애가 될지도 모를 기회를 차버린 일일지도 모르니까요.
아니.. 이미 마지막은 아주 오래전 끝나버렸습니다.
금요일 저녁 운동하러가면 또 그녀를 볼 수 있겠죠?
ps :
밥값 97000원, 술값 52000원.
밥값이 싸다고 밥사라고 한 딴게이들은 따로 이름 적어 놨으니 좀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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