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잔투가르XE7 2018-01-27 07:09:302018-01-27 07:09:30
만취 상태로 영등포에서 친구들과 헤어진 후 혼자 길을 걸었습니다.
1월달이었는데 엄청 춥더라구요. 시간은 한시를 넘기고 있었고요.
그런데 길가에서 아주머니가 귤을 떨이로 팔고 계시더군요.
가격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암튼 몇 천원에 귤을 한아름 샀습니다.
건물 계단에 앉아 이걸 옆에 놓고 까먹고 있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거 가져가 봐야 뭐 다 먹지도 못할건데.. (엄청 많았거든요..)
그래서 귤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귤을 나눠 주기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나눠줬는데도 귤이 아직 한봉지는 남았더라구요..
날씨도 너무 춥고 이젠 집에 가야겠다 싶어서 택시를 잡는데..
안잡힙니다. 다들 장거리만 갈라 그러고 제가 사는 동네는 갈 생각을 안하더군요.
아 짜증나 하고 있는데.. 옆에서 제가 사는 동네를 부르며 택시를 잡고 있는 처자를 발견했습니다.
나이는 제 또래로 보였고 아름다우시더군요..
저는 그 처자에게 다가가 저도 그동네 사는데 반반씩 내고 가자고 제안을 했죠.
예상과 달리 흥쾌히 수락하더군요. 그렇데 둘이 택시를 타고 집에 가는 길..
저는 또 귤을 꺼내서 기사님과 그 처자에게 나눠 주었습니다.
귤 드세요~
동네에 내려서 얘기해 보니 옆동 살더군요..
그래서 같이 걸어가게 되었다죠..
남자 친구 있어요?
네...
아 그러시구나..
군대가 있어요..
아.. 그러면 웬만하면 상병 달기 전에는 헤어지지 마세요. 정말 힘듭니다.ㅠㅠ
제가 이렇게 말을 하니 멈춰 서서 저를 쳐다 보더군요.
아.. 저 일병 휴가 나와 있습니다.. 하하하 하면서 모자를 벗어 제 헤어스타일을 보여 주었다죠..
그게 썩소였는지..
그냥 미소였는지는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어쨌건 살짝 웃더군요..
(뭐 그때 제 느낌은 그래서 그런 또라이 짓을 했구나 라고 납득하는 표정이었다고나 할까요..ㅎㅎ)
그녀가 사는 아파트 앞에 도착했을때 들고 있던 한봉지의 귤을 손에 쥐어주었습니다.
집에가서 드세요~
그리고 저는 뒤돌아 타박 타박 집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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