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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잔투가르XE7 2018-03-23 16:07:32  
2018-03-23 16: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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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 내 상사의 갑질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이 최근 많아지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매체의 발달로 인해 그런 사례들이 마구 튀어나오는 중이다.

    나 역시 직장 상사의 갑질로 고통을 받고 있다.

     

     

    니 쌍쌍바 물래 메로나 물래?

     

    아 행님 저는 메로나 묵을께요

     

    쌍쌍바 무라 자.

     

    그리고 양쪽으로 뜯어 작은쪽을 날 준다.

     

    아니, 메로나 먹는다고요. 그리고 나는 쌍쌍바 안묵는다니까요.

     

    내가묵는데 와. 니 쌍쌍바 막대기로 사람 못죽일거같나 내가

     

    내가 돈이 없어서 메로나를 못묵나 안묵을랍니더

     

    이리와봐라 자 쌍쌍바 블레이드

     

    그리고 쌍쌍바 막대기로 쿡쿡 찌르는 것이다.

     

    아씨 그만좀 하십쇼 쫌

     

     

     

     

    ...진짜 아무리 내 일상이 실화라고 해도 안믿을 거란거 잘 안다.

     

     

     

    아무튼 그런 직장상사라도 애가 둘이나 있고, 나는 가-끔 그의 애를 봐주곤 한다. 하루에 삼십분 가량.

    주로 봐주는 것은 유치원 갔다 돌아오는 큰놈인데, 가끔 과자도 사주고 탑블레이든지 뭐시긴지 그런것도 하고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유아퇴행을 겪어야 한다는데 본인은 별 문제가 없다.

     

    일을 하다보면 내가 유아퇴행을 겪고있다는 걸 절실히 느끼고 있으니까.

     

    아무튼 그의 아이를 봐 주다가 그날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전편에서도 말했지만 우리집은 완벽한 남향창문을

    가지고 있고, 북향창문을 가진 반대편 원룸과 대치중이다. 제 키높이도 안되는 창문 바깥을 보겠다고 생떼를 쓰는

    바람에 그래 자. 하고 몸을 들어 쑥 하고 창문밖을 보여주는데 또 반대편의 그 세입자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분명한 것은 애도있는새끼가 왜 저러고 산담 이라는 눈빛이였다.

     

     

    잘들어. 너때문에 삼촌은 장가를 못가. 그게 무슨말인지 아나 니

     

     

    삼촌 여자친구 못만나?

     

     

    너 이해한거가 그 말을?

     

     

    난 놀란가슴을 쓸어내리며 창문보기 놀이 를 마쳤고 아니 잠깐 이렇게 말하니까 뭐 이상하잖아. 창문보기 놀이라니.

    내가 지은 네이밍이긴 한데, 관음증과 패티쉬... 그... 아무튼 분명히 말하지만, 그런 의도는 없다. 그저 창문 바깥 풍경에

    뭐가 있는지 아이에게 보여주는 것 뿐이다. 그래봤자 텃밭과 비무장지대 뿐이지만.

     

     

    아무튼 창문보기 놀이 를 마친 뒤에 아이가 가방에서 팽이를 꺼낸다.

     

     

    야 그거 탑블레이드인가 그거가 그게

     

     

    나는 신기한 눈으로 물었고 아이는 존나 방탄소년단하고 샤이니는 다른애들이거든요? 하는 중학생 눈빛으로

     

    아니 이건 베이블레이드에요 라고 말했다.

     

    뭐 어쨌든 팽이놀이는 지 혼자 잘 하길래 나도 책이나 보면서 시간을 때우고 있는데 벨소리가 울리면서 보호자(?)가 찾아왔고

    방에 널린 과자봉지와 우유를 보며 그래 너도 쓰임새가 있구나 하는 표정으로

     

     

    어 고맙다. 저녁에 한잔 살게 하고 아이를 데리고 가려는데

     

     

    삼촌! 하면서 갑자기 친한척 하더니 삼촌! 팽이기술 이름좀 붙여주세요! 하는 것이다.

     

    뭔 기술? 그게 뭐 국가기술자격증 뭐 그런건가... 싶기도 하면서, 니 무슨 기술 말하는거고 하니까

     

    필살기 쓸 때 기술이름 외치잖아요! 그거 만들어주세요!

     

    ...소시적에 그랑죠랑 다간을 좀 보긴 했다만... 아니 지금도 엇비슷한걸 보긴 한다만...

    아이는 기대했고, 나는 그 기대를 져버릴 수 없었다. 한번 뭘 해야 한다고 하면 절대 물러나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라는건

    애아빠인 그 직장상사가 잘 알았다.

     

     

    야 그거 기술인가 뭔가 그거 빨리 해줘라 하나. 족발살게 족발

     

    배*족발 불족 보족 반반?

     

     

    하지만 지어준다고 해도, 기술이라는 것은 때와 그 용도가 적절해야 한다. 예를들어, 이 명예조카가 들고있는 팽이는

    파란색이고, 굉장히, 실제로 이런 팽이가 있다면 돌리다말고 손꿰메러 가야 할 수준의 날카로움을 자랑하는데

    그렇다면.

     

     

     

    삼촌! 팽이 돌리면서 기술이름 외쳐주세요!

     

     

    야 이 명예조카새끼가...?

     

     

    족발로 어떻게 퉁쳐지지 못하는 주문을 받은 나는 고심끝에 팽이를 해체. 아니 돌리기로 결정했고 이왕 하는거 화끈하게 남자답게

    나는 팽이를 힘차게 돌리며 외쳤다.

     

     

     

     

     

     

     

     

     

     

     

     

     

     

     

    슈퍼 샤이닝 블레이드!

     

     

     

    몇 초간의 정적. 힘아리 없이 바닥을 도는 팽이. 그 어느순간보다 고요했던 그날의 방 공기.

     

    날 바라보는 직장상사는 한탄섞인 표정을 감추지 않았고, 명예조카는 단 한마디의 말만을 남긴 채 주섬주섬 팽이를 챙겨

    아버지의 손을 꼭 붙잡았다.

     

     

     

    그게뭐야 시시해

     

     

     

     

     

     

     

     

     

     

     

     

     

     

     

     

     

     

     

    #에필로그

     

     

     

    쓰린 속과 흐리멍텅한 정신을 겨우 붙잡고 출근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반갑습니다.

     

     

     

    출근카드를 찍는데 뒤에서 차장이 외친다.

     

     

    마! 니가 그 슈퍼 샤이닝 블레이든가 뭔가 하는 그거가!

     

     

     

     

     

     

     

     

     

    나는 회사 후배의 공구가방에서 열심히 몽키스패너를 찾았다.

    잠시 뒤 출근할 그 직장상사에게 헌사를 바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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