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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잔투가르XE7 2018-12-16 08:14:16  
2018-12-16 08:14:16  


  • 어느 날엔가 이모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상의할 일이 있으니 내려 오라시더군요.

    참고로 저는 아버지나 어머니 형제, 그 자식들과 연을 끊다시피 하고 살지만 단 한 분, 전화하신 이모님과 그 가족들과는 살갑게 지냅니다.

    특히 이종 사촌 남동생은 제 친동생처럼 챙기기도하는, 그런 사이입니다.

    고향에 내려갔더니 이모님께서 한숨부터 내 쉬며 하시는 말씀이, 이모님의 둘째딸, 즉 저의 이종사촌 여동생이 결혼을 염두에 둔 남자가 있는데 결혼을 허락해야 하는 것인지, 반대해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 저에게 객관적으로 판단해 보라더군요.

    사연인즉, 여동생이 남자를 만나게 되고 성실하고 착한 데 반해서 진지하게 사귀던 중 남자의 가족까지 만나게 되었는데,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았더랍니다.

    그래서 동생이 먼저 프로포즈를 했다네요.

    오빠 어머니를 엄마라 부르고 싶다고...

    그런데 남자가 망설이더랍니다.

    왜 그러냐 했더니 그제야 자신의 처지를 털어 놓는데,

     

    자신은 본디 고아다, 보육원 나온 뒤 어렵게 살다 모 전자회사 AS기사를 하던 중 어느 집에 가전을 고치러 갔는데 마침 식사 중이더라, 근데 부모님이 제품 고치는 건 안중에 없고 밥이나 먹고 하라고... 그래서 말씀은 감사한데 제가 바로 또 다른 데 가 봐야 한다고 했더니, 부모님 왈, 그럼 제품은 고쳤다고 칠 테니 밥 먹으라고... 딱히 큰 문제도 아니라고...

    처음 그런 상황에 접해 얼떨결에 밥 먹고 나왔는데 자꾸 신경에 쓰여서 저녁 늦게 일 마치고 가서 고처 드렸더니 너무 고맙다고 하시면서, 수리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하던 중 혼자 산다 했던 걸 신경 쓰신 것인지 집에 가서 먹으라 반찬을 싸 주시더리고...

    너무 고마워 눈물이 흐르는데, 생각과 달리 말이 헛 나와서, 집에 냉장고도 없고 밥통도 없다, 그냥 가끔 집안 가전 고장 나면 고쳐 드리고 밥이나 얻어 먹으면 안 되겠냐고 했더니, 너무 좋아하시면서 언제든 오라고...

    집에 돌아와서 그런 말을 한 게 부끄러워 미칠 뻔 했다고...

    근데 일주일 정도 지나서 뭐 고장났으니 일 끝나고 와서 고쳐달라고 하더라는..갔더니 별 거 아니었고, 밥 먹고 나오려는데, 당시 휴대폰도 없던 시절이라 연락하기도 쉽지 않고 집이나 가전이 다 오래 돼 손 볼 게 많으니 아예 매일 저녁을 와서 먹으라고 하셨다는데...

    참고로 이 집은 식사시간이 한 시간 이상이고 가족들이 점심 먹으면서 저녁으로 뭐 먹을까 등등을 얘기한다고...

    그러다 어느 순간에 아버지 어머니라 부르게 되고 그 집 딸들은 남자를 오빠라고 부르게 되었다는데...

    그 집 딸들 중 하나가 결혼할 때 상견례 자리에도 불려나가서 오빠로 소개되었다고...

    이모님은 아무래도 고아인 게 마음에 걸린다, 사람은 참 좋은데...

    더 들어 볼 필요도 없겠다 싶어, 객관적으로 봐도 너무 좋은 혼사이고, 주관적으로 보면 더 좋은 혼사다, 무조건 결혼시키시라고 말씀 드렸음.

    이후 상견례를 하셨는데, 이모님께서 전화하셔서는 이 결혼 허락한 거 너무 잘한 거 같다고 하심.

    지금 걔들 애 셋 낳고 잘 살고 있음.

    동생 산후조리도 남자 어머님, 즉 사장어른께서 다 챙겨 주시고, 이모부 사업 부도 위기 때 지급보증으로 위기 넘기게 해 주시고 거래처까지 연결해 주셨다고...

    동생 남편, 즉  내 매제는 나이 많은 내가 봐도 참 된 놈이다 싶은...

    지금은 가전수리 하도급 회사와 설치 하도급 회사 운영하고  있음.

     

     

    상견례 때, 나도 이 집 사위 되고 싶다고 농담했다가 겹사돈도 좋다는 어르신 말씀에 헛물 켰다는 건 안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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