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05-15 08:18:15
안녕하세요 형님, 누님, 친구님, 아우님들.
눈팅을 전문으로, 간간이 활동하고 있는 ‘光.’입니다.
그간 여러 커뮤니티에서 눈팅만 하며 가급적 눈에 안 띄어 왔는데, 오랜 침묵을 깨고 속마음을 털어놓습니다.
클리앙도 가입한지 어느덧 24년차가 되네요...
저는 40대 후반의 평범한 아저씨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으며 사회생활을 운 좋게 게임회사에 입사함으로서 업계에 몸을 담았습니다. 게임 회사에 입사한 뒤로는 저는 게임을 좋아한다는 열정만으로 게임회사에서 9년 가까이 버텼고, 젊은 혈기로 더 큰 꿈을 꾸기도 하며 경력을 쌓아왔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원치 않게 퇴사를 당하게 되었고, 그 이후의 행보를 통한 현재의 저는, 제가 보기에 심히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그리고 회사에서 게임을 좋아한다는 열정과 성의만으로는 회사원들 생사 선택의 기로에서 고려되지 않는다는 점을 그 때 알았습니다.
그 뒤 몇 차례 회사를 옮기며 일들을 겪은 뒤로 이제는 별개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커뮤니티들을 보면 저와 비슷한 또래 분들이 게임 업계에서 현업으로 지금도 열정을 불태우고 계신 모습을 보곤 합니다. 그럴 때면 참 부럽기도 하고 그 곳에 함께하지 못하고 있는 제 모습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그 뒤로는 200여번이 넘는 게임업계 면접에서 고배를 마셨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내려가 면접을 보기도 하고, 때로는 대기업에, 때로는 중소기업에, 어떨 때는 같은 그룹의 다른 부서에 세 번이나 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항상 같았습니다. 새롭게 취직 하기에는 나이가 문제였을까요? 경력이 문제였을까요? 준비가 부족했어서였을까요? 그렇지 않으면 그날 저의 역량을 충분히 어필하지 못했어서였을까요? 암튼 그렇게 또 십여년이 흐릅니다.
결국 시간은 흘러 지금은 전혀 다른 일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요즘의 게임업계는 제가 일하던 당시와는 트렌드가 많이 달라졌다고 느낍니다. 나이도 들었으니 다시는 게임업계로 돌아갈 수 없겠지요. 여전히 저는 현역 게이머입니다. 이제는 저의 옆에서 든든히 지지해 주는 아이도 있어 옆에서 아이의 훈수를 듣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나는 무엇일까요?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일까요?
이제는 하루하루 몸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나이가 듭니다.
40대 중반이 지나면서 서글픔이 듭니다. 부모의 건강, 동기간의 건강이 하나씩 지장이 생기고, 친구들도 거리가 생기거나 심지어 세상에서 멀어지는 친구도 생겨납니다.
나도 조만간 부모님처럼 나이가 들고, 불편한 곳이 더 늘어갈텐데... 이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시글을 보면 한창 나이임에도 게임업계에서 일하다 여러 사정으로 현직에서 밀려나 낙심을 하거나 자조 섞인 글을 올리는 우리 친구, 형님들을 봅니다. 아직 그들의 가슴도 뜨거울 텐데 우리는 왜 벌써부터 ‘사회적 죽음’의 길로 가고 있는 것일까요?
마치 아직 일할 수 있는 로봇이 시대에 뒤쳐졌다는 이유로 용광로 컨베이어 벨트 위에 서 있다는 기분이 듭니다.
그 로봇들 중에 아직 뜨거운 가슴을 가진 로봇이 있다면 컨베이어 벨트에서 다시 꺼내, 다시 각자 하던 게임 분야의 일들을 할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몇 년 전에 슈패 시절 ‘와일드 건즈’, ‘어둠의 해결사 카게’로 유명한 나츠메분들이 다시 뭉쳐 새롭게 리메이크 게임을 냈습니다. 그들도 대략 50대 후반, 60 초반 줄에 이르렀을까요? 그 게임의 성공과 실패 여부를 떠나 아저씨들이 다시 뭉쳐 무언가를 세상에 만들어 냈다는 것이 참으로 부러웠습니다.
20대 중반에 일본에서 생활하던 시절, 제가 좋아하던 밴드의 뮤직비디오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Mr. Children의 くるみ(쿠루미)인데요. 쿠루미는 보통 호두를 뜻하는데 여기서는 다가올 미래라는 뜻으로 쓰였습니다.
이 영상을 20년이 흐른 최근에 우연히 다시 봤습니다.
일을 하고 싶어도 잡히지 않을 백수였어서 자존감도 무척 떨어진 상태였던지라 이내 눈물샘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영상 속에서 학창 시절의 친구들을 다시 모아, 새롭게 곡을 쓰고, 아무도 관심 없는 무대에서도 그들끼리 열정을 불태운 초로의 주인공들을 보니, 저도 다시 가슴 속 무언가가 뜨겁게 느껴지며 그렇게 인생을 후회없이 살고 싶어졌습니다.
게임 업계에서 아마추어로라도 좋으니 무언가를 계속 하고 싶었습니다. 때마침 제가 어렸을 적 좋아하던 게임의 오마주 게임이 만들어지는 것을 알았고, 제작자에게 장문의 메일을 보내 한글화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전혀 연고도 없는 이가 불쑥 메일을 보내 자기나라 언어로 번역을 하고 싶다니 의심이 갈 수 있겠지만 그 제작자는 흔쾌히 동의했고, 저는 재능기부 형식으로 참여를 해, 업계를 떠난 후 처음으로 게임 스태프롤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게임은 이내 완성되었고, 직접 플레이를 해보면서 나의 말로 표현되는 게임을 보니 저는 다시 심장이 뛰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 뒤로는 그러한 가슴 뛰는 일이 연이어 벌어졌다면 정말 영화와 같은 일이겠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또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으며 입에 풀칠하기 위해 움직이다 보니 그 뒤로 별다른 일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또 세월에 묻히기는 싫었습니다.
이번엔 사람들을 모았습니다. ‘쿠루미’의 친구들처럼요.
다행히 본업이 있으면서 몇몇 분들이 함께 하자는 뜻을 전해주었습니다. 구슬이 서 말이면 뭐 합니까. 꿰어야지요.
이번엔 각자의 분야에 경험이 있으신 분들이 스스로의 장점을 살려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시행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그 분들도 저처럼 뜨거운 가슴을 가지고 계셔서 참 고맙고 든든합니다.
할 말이 많은데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다시 정리하고 다음 주쯤 나머지 글을 올리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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