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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잔투가르XE7유튜브모드 2026-05-17 08:24:53  
2026-05-17 08:24:53  


  • 안녕하세요.

    주말에 조금은 민감할 수 있는, 서울 부동산 이야기를 꺼내봅니다.

    클리앙에 오시는 분들 중 다수가 서울 주택 문제를 이야기할 때 실거주와 투기를 핵심 키워드로 꼽으시는 것 같습니다.

    지난 번 제 글에 달린 댓글을 기준으로 말씀드리는 것 입니다.

    오늘은 조금 다른 각도, 글로벌 대도시들과의 비교를 통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서울은 자가 보유율이 45% 남짓한 도시입니다. 절반 이상이 임차인이죠.

    사실 이는 서울 뿐 아니라 글로벌 대도시들의 보편적인 현상에 가깝습니다.

    도쿄나 런던도 서울과 비슷하고, 뉴욕이나 파리는 자가보유율이 30%대로 서울보다 낮습니다.

    기회와 인프라가 집중된 곳일수록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기 마련입니다.

    전세제도가 점차 축소되는 흐름 속에서, 앞으로 서울의 월세도 다른 국제도시 수준으로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서울을 토론토나 밴쿠버 수준의 수요 집중 도시로 가정해 볼까요?

    현재 밴쿠버의 2베드룸 아파트 평균 월세가 한화로 약 350만 원에서 400만 원 선입니다.

    전세가 사라지고 임대 소득에 대한 실질 과세가 이루어지면, 시장이 요구하는 임대수익률(Cap rate)에 맞춰 월세도 빠르게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서울 주택의 임대수익률은 2% 남짓으로 굉장히 낮은 편입니다. 그동안 전세제도와 낮은 재산세율이 월세폭등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해왔던 셈이죠.

    글로벌 평균인 3~5% 중 보수적으로 3.5%만 적용해도, 15억 원짜리 서울 중위권 아파트의 합리적 월세는 약 430만 원을 훌쩍 넘어갑니다.

    참고로,, 늘 서울보다 비쌌던 밴쿠버 집값을 최근 2026년 4월 기준으로 서울이 근소하게 역전했더군요. 강남, 서초, 마포, 용산을 떼어놓고 보면 이미 홍콩, 취리히, 싱가폴 급의 글로벌 자산시장이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클리앙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시는 실거주 프레임은 한계가 명확해 보입니다.

    비거주자들과 다주택자들이 집을 다 내놓는다고 해서 무주택자분들이 그 글로벌 수준의 집값을 감당하며 매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15 억 이상은 대출도 4 억 이하로 제한한다면서요. 청년이 대출없이 15 억 짜리 서울 중위권 아파트 매수하면 세무조사 나올 확률 100 퍼센트입니다. 도대체 뭘 어쩌라는 건지 정책의 목표를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집주인들이 매도를 위해 집을 비워두기 시작하면, 당장 거주할 곳이 필요한 임차인들이 서울 밖으로 밀려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며칠 전 청와대가 비거주 1주택을 토허제 일부 규정에서 예외시킨다는 발표를 했죠. 임차인이 퇴거하고 매수인이 매수시점부터 실거주해야 한다는 해당 규정이 얼마나 현실에서 동떨어진 정책인지를 청와대가 뒤늦게 깨달았다기 보다는 이미 지난 1 월 부터 모든 것을 예상하고 시기마다 차례로 블럭을 걷어내면서 후퇴했다고 보는게 합리적일 것 같습니다.

    부동산 정책의 대혼선이라기보다는 국가전체의 자금흐름을 조절하고 세수확보를 강화하기 위한 무슨 마스터플랜이 있는 것 같은데, 저는 잘 모르겠고 글 주제도 아니니 넘어가겠습니다.

    가끔 서울 집값이 반토막 나야 한다는 시원한(?) 주장을 보기도 합니다. (물론 정부나 제대로 된 전문가들은 농담이라도 이런 말 절대 안 합니다)

    만약 그런 특대형 금융붕괴가 오면, 2000조에 달하는 가계부채 리스크로 인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뼈아프게 타격을 받는 건 안타깝게도 무주택자와 청년 등 사회 취약계층일 것입니다.

    글로벌 자본주의에서 기회가 밀집된 도시는 필연적으로 높은 가격을 형성합니다.

    뉴욕도 런던도 홍콩도 토론토도 밴쿠버도, 어떤 분들이 좋아하시는 싱가폴도, 다 마찬가지 입니다.

    ‘밴쿠버 잉글리시 베이 콘도가격이 비싸 캐나다 젊은이들이 결혼도 안 하고 출산도 안하고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말한다면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지도 모릅니다.

    먹방 유튜버하는 한국계 미국 아줌마 맨해튼 미드타운 콘도 유닛가격이 천 만 달러(150 억 원)가 넘을텐데, 서울 강남은 그나마 자가보유율이 40 퍼센트 정도는 되지만 맨하튼 콘도는 80 퍼센트가 임차인입니다.

    세계 도처에 흩어져 있는 오너들은 거의 대부분 당연히 비거주자들이고 이들은 뉴욕에 오더라도 호텔에 가서 지내지 임차인이 있는 자기 콘도에는 코빼기도 비추지 않습니다.

    임차인들이 내는 월세는 대략 5 천 불 (750 만원)에서 10 만 불(1 억 5 천만원)까지 다양합니다.

    소득이 받쳐주는 사람들이 맨하튼에 사는거고, 그 동네 자체는 세계 최고급 글로벌 자산시장이라고 보는 게 타당합니다.

    한국에는 다른 나라에 없는, 어쩌면 서울 부동산 문제를 풀기 가장 어렵게 만드는 뼈아픈 족쇄가 하나 더 있습니다.

    참 이해하기 어렵고 가슴아픈 이야기지만,

    바로 거주지가 곧 신분재가 되고, 사는 동네로 사람의 계급을 나누는 서열화 문화입니다.

    지난 수십 년간 캐나다 사회를 경험하며 토론토, 밴쿠버, 캘거리 같은 다민족 도시들의 성장을 지켜본 관점에서는, 이 지점이 한국 부동산의 가장 기형적이고 슬픈 단면으로 다가옵니다.

    세계 어느 대도시나 부촌은 있고 주거비 격차는 존재합니다.

    부유한 사람들은 그에 걸맞은 비용을 지불하고 그 동네에 살죠. 하지만 한국처럼 아파트 평수와 브랜드, 상급지니 하급지니 하는 단어들로 사람의 위계를 정하고 무형의 카스트 제도를 만드는 곳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것은 단순히 더 나은 인프라와 직장을 찾는 경제적 수요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 기저에는 서열에서 밀려나면 이등시민이나 대한민국판 불가촉천민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깔려 있습니다.

    개인의 고유한 개성이나 가치관보다는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잣대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집단주의적 불안이죠.

    인서울을 하지 못하면, 상위 몇 퍼센트의 동네에 진입하지 못하면 내 삶은 물론 자녀의 미래까지 실패한 것으로 낙인찍히는 숨막히는 사회 분위기가 사람들을 영혼까지 끌어모아 기를 쓰고 상급지로 진입하게 만듭니다.

    갑자기 마틴 루터 킹 목사가 광화문 받들어총 광장에서 했다는 연설이 떠오릅니다.

    나의 어린 네 자녀가 언젠가 서울 어느 동네, 어느 아파트에 사느냐에 따라 차별받는 나라가 아니라, 각자의 인격에 의해 평가받는 나라에서 살게 되리라는 꿈이 있습니다.

    서울 집중을 해결하겠다며 행정수도를 어디로 옮기고, 신도시를 짓고, 다주택자를 옥죄는 정책들이 왜 매번 근본적인 한계에 부딪힐까요?

    지방에 살아도, 강남 3 구나 한강벨트에 살지 않아도 내 인격과 삶의 질이 폄하되지 않는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서울 부동산 문제는 1차적으로는 글로벌 대도시급의 자본집중 현상이지만, 그 뇌관을 터뜨리고 유지시키는 핵심은 대한민국 특유의 가혹한 지역 서열화에 있습니다.

    이건 법안 몇 개 통과시키거나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몇 마디 남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그 나라 안의 지독한 서열의식, 타인의 삶을 급지로 나누어 평가하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식 자체가 국가 개조 수준으로 변해야만 비로소 수요의 분산이 일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전 못 들었는데 클리앙 어느 글에 보니 부동산과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식이 중요하다’는 언급을 했다더군요.

    그 화두의 본질이 이 지독한 거주지 카스트 제도와 서열주의 문화를 해체하는 데 맞춰져 있다면, 그는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패러다임을 바꾸려고 노력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그 발언이 단지 부동산으로는 더 이상 돈을 벌지 못하게 하겠다는 낮은 수준의 시장 압박용 수사에 불과하다면 기대를 접는 것이 낫습니다.

    욕망을 억누르고 계도하려는 얄팍한 접근으로는 결코 이 거대한 수요의 집중을 분산시킬 수 없습니다. 인간의 근원적인 불안과 서열화의 공포를 외면한 정책은, 결국 그 역시 부동산 앞에서는 처참하게 실패한 지도자라는 씁쓸한 꼬리표를 달게 할 뿐입니다.

    단순히 비거주자, 다주택자 매물만 쏟아지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는 시각에서 벗어나, 한국 사회 깊숙이 뿌리내린 이 부동산 신분제에 대해 조금 더 아픈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어 짧은 글을 적어보았습니다.

    다른 의견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제 글에 전혀 동의가 안 되는 분들과 마음이 상하신 분들을 위해 잔잔한 옛날 음악을 하나 올립니다 ^^

    앨리스는 최소한 24 년을 한 집에 살았으니 자본소득세 한 푼도 안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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