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잔투가르XE7 2026-09-03 13:45:262026-09-03 13:45:26
짧은 쇼츠 하나를 봤습니다.
아기 돼지가 축사에서 태어납니다. 꼬리가 잘리고, 좁고 더러운 우리에서 자랍니다.
억지로 살이 찌워지다가 전기충격기에 기절한 채 도살당합니다.
적어도 야생에서 태어나 살다가 사냥당하거나 늙어 죽는 것과는 다릅니다. 불쌍했습니다.
어릴 때는 부모가 주니까 먹어야 하는 음식이었습니다. 좋아해서라기보다는, 사료처럼 먹던 음식 중 하나였습니다.
딱히 먹고 싶은 음식이 없는 건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제 특징입니다.
음식은 연료라고, 어릴 때부터 그렇게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돼지는 뚱뚱하고 더럽고 미련한 동물로 흔히 인식됩니다.
하지만 원래 그런 동물이 아닙니다. 인간이 가축화하고, 좁고 더러운 환경에 가두고, 억지로 살을 찌운 결과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모습을 본성인 양 씌운 것뿐입니다.
야생 동물은 비만할 수 없습니다. 먹이를 구하려면 하루종일 움직여야 하고, 언제나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더 강한 존재에게 지배당해 애완이나 가축이 된다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더 뚱뚱해지고 더 더러워지고, 그들 눈에는 고기 정도로 보일 겁니다.
가끔 보입니다. 노력으로 이룬 인간이라는 종의 위치를,
대단한 특권이나 권리로 여기고 다른 종 위에 군림하는 신적인 존재로 착각하는 경솔한 사람들이요.
1983년 영화 트레이딩 플레이스가 떠오릅니다. 억만장자 형제가 단돈 1달러를 걸고 내기를 합니다.
우아하고 고상한 인간을 하룻밤 사이 거지로 만들면 어떻게 될까, 노숙자를 부와 지위로 채우면 어떻게 될까 하는 실험이었습니다. 결과는, 고상했던 인간은 몰락하며 범죄자가 됐고, 거리의 부랑자는 정장을 입자마자 유능한 전문가로 변했습니다.
품격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환경이 만든다는 뜻이겠지요.
돼지도 같습니다. 좁은 우리와 강제된 사료가 그들을 뚱뚱하고 더럽게 만들었을 뿐, 본성은 아닙니다.
연료를 채우기 위해, 혹은 사회생활을 위해 먹는 고기와 다른 생명에게 저는 고마움을 느낍니다.
어릴 때 전기를 먹고 사는 안드로이드 애니메이션을 보며 궁금했던 적이 있습니다.
왜 인간은 전기로 살 수 없을까. 먹고 싸는 게 더러운 걸 알면서도, 왜 그것 없이는 살 수 없을까 하고요.
우리도 누군가에게는, 그저 고기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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